저의 글쓰기는 두려움이 없습니다. 누구를 위한 글도, 의무감에 의한 글도 아니기 때문입니다. 그러나, 유일하게 '신해철'을 이야기 할때는 사뭇 조심스러움이 생깁니다. 아마도,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 꺼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 같은데요.
신해철이라는 사람, 그리고 뮤지션의 한 명으로서의 그의 평가는 제가 감히 할 수 없습니다. 음악에 관한 문외한이기도 하고, 아직 그의 음악을 들은지 겨우 7년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. 그를 기리는 팬들은 무한궤도, 그리고 그의 라디오까지 들었던 젊음이기 때문이니까요. 저는 아직까지 감히 그를 이야기하기에는 짬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.
이승환은 조금 더 손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. 저는 그의 음악을 1994년부터는 들어왔으니까요. 20년 먼저 들었으니 해도 되겠지요. 이런 논리로 따진다면 사실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음악인은 몇이 되지 않을거에요.
주저리주저리 앞의 말이 길지요. 두려워서 그렇습니다.
신해철을 알게 된 것은 그의 죽음 이후였습니다. 대학시절, 락커를 꿈꾸던 친구의 노래방 18번이 '민물장어의 꿈'이었던 것, 그리고 그가 항상 신해철을 따라했던 것,그리고 친구 한 녀석이 밤 늦게 듣는 라디오가 신해철이 진행하던 프로였다는 것, 이 것 말고는 저에게 있어서 신해철은 백분토론에 나올 수 있는 몇 안되는 대중음악인 정도였습니다.
몰랐던거지요. 그의 죽음 이후에, 많은 놀라운 모습을 보았습니다. 후배들이, 그리고 그의 팬들이 얼마나 이 사회에 많이 그에게 빚지고 있었는지를 저는 그 때서야 보았습니다. 그가 치밀한 논리와 날카로운 말로 언성을 높였던 순간은 '기득권'과 '권위'가 소수를 누를 때만 대항해서 그랬다는 것을, 저는 그를 알아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. 참 늦었던거지요.
그런데, 그의 음악적인 발걸음은 더 무서웠습니다. 그가 대학가요제에서 얻은 영예로 손쉽게 대중음악계에서 스타가 될 수 있었고, 그것만으로 쉬운 인기를 얻을 수 있었으나 그 모든 것을 버리고 그룹사운드를 지향했고, 그러면서 음악을 하는 후배들이 마음 놓고 음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역시 또한 뒤늦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.
그의 음악을 듣고, 그의 영상에 댓글을 다는 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. 고작, 컬러링으로 '민물장어의 꿈'을 하고, 시간 날 때마다 그의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팬심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.
그에 대한 이야기는 천천히 생각날 때마다 하겠습니다. 오늘은 'growing up'이라는 노래를 소개할까 합니다.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 같아요. 가사가 귀엽고, 사운드도 듣기 편합니다.
Growing up
난 아주 어릴 때 우리반에서 앞에서 첫번째 줄에 앉았고
여자 애들에게도 전혀 인기가 없었어
성격도 소심한 축에 들었고 유난히 몸이 약해 자주 아팠어
한마디로 말해 별 볼일 없었단 얘기지
그러던 어느 날 양호실에서 배탈이 나 드러누운 그 앨 보았고
내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져버렸어
얼마 후 소풍날 하필 그 애가 우리 반 아이들 몽땅 모인 앞에서
나의 촌스러운 바지를 놀려대는 거야
당황해 버린 난 얼굴이 빨개져 숨이 막혀와 어쩔 줄 몰라서
우왕좌왕 하다가 그만 손을 들어 그 애 뺨을 때렸지
I am sorry I am so sorry 정말 미안해 나의 천사여
엉엉 울면서 집으로 도망가던 길은 멀기만 했지
I am sorry I am so sorry
결국 말하지 못했던 그 말 그토록 오랜 세월이 가도 가슴에 남아
우연히 들러 본 동창회에서 숙녀가 된 그 애를 다시 만났고
우린 진짜로 사랑에 빠졌으면 좋았겠지만
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얘기지
졸업 후 다시는 그 앨 못 봤어 결국 삶이란 영화가 아니란 얘기야
정말 아주 우연히 어느 하늘 아래 길을 걷다가 스치듯 지나쳐 갔을 수도 있겠지
너는 내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까
I am sorry I am so sorry
정말 미안해 나의 천사여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도망가던 길은 멀기만 했지
I am sorry I am so sorry
결국 말하지 못했던 그 말
그토록 오랜 세월이 가도 가슴에 남아
넥스트의 신해철은, 그가 그토록 함께 하고자 했던 그의 음악적 완성인 넥스트를 통해 영원히 남았습니다. 그룹사운드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는 아니었을지라도, 그가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 음악사에서 북극성으로 남아, 후배들의 길을 영원히 비출것 같습니다.
'듣다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음악] 화려하지 않은 고백 - 규현 (0) | 2020.05.21 |
---|---|
[음악] 임을 위한 행진곡 - 민중 (3) | 2020.05.18 |
[음악] 물어본다 - 이승환 (2) | 2020.05.12 |
[음악] Something Special-장연주 (0) | 2020.03.15 |
댓글